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반찬, 알고 보니 전쟁터에서 시작된 음식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반찬이 있습니다. 바로 **스팸(Spam)**입니다.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이 햄 통조림은 어느새 한국 밥상의 필수템이 되었지만, 사실 스팸은 한국 음식이 아닙니다. 전쟁터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반찬이 되기까지, 스팸의 놀라운 여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스팸의 탄생, 미국에서 시작된 ‘생존 음식’
스팸은 1937년 미국 식품회사 **호멜(Hormel)**이 개발한 햄 통조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 시기로 고기 가격이 비쌌고, 장기 보관이 어려웠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돼지고기, 감미료, 방부제를 넣어 만든 것이 바로 스팸입니다.
하지만 스팸이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전쟁 중 미군은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식량이 필요했습니다. 냉장 보관 없이도 장기간 유통이 가능했던 스팸은 군인들에게 지급되었고, 미군이 가는 곳마다 스팸이 퍼져나갔습니다.
한국 전쟁이 스팸을 가져왔다…‘생존 음식’에서 ‘국민 반찬’으로
한국과 스팸의 인연은 1950년 한국전쟁을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전쟁 당시 미국은 한국에 많은 군수 물자를 지원했으며, 그중에는 스팸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미군이 먹고 남긴 스팸이 자연스럽게 한국에 퍼졌고, 고기가 귀하던 시절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습니다.
전쟁 직후 한국인들은 스팸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개발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부대찌개입니다. 부대찌개는 미군이 남긴 햄과 소시지를 활용해 만든 음식으로, 스팸 없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요리가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김치찌개, 계란볶음밥, 스팸구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팸이 활용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더 인기 있는 스팸, 이제는 명절 선물세트까지
놀랍게도 현재 스팸의 최대 소비국 중 하나가 한국입니다.
한국에서는 스팸이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명절 선물세트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스팸과 식용유, 참치 등이 포함된 선물세트가 필수템이 되면서, “스팸 선물세트를 받으면 성공한 명절”이라는 농담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스팸의 인기는 미국보다 더 높습니다. 2023년 기준, 한국에서만 연간 1억 개 이상의 스팸이 판매되었으며, 이는 한국인 1인당 2개 이상을 소비하는 수준입니다. 이에 호멜(Hormel)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CJ제일제당과 손잡고 ‘한국형 스팸’**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스팸 요리
한국에서는 스팸이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됩니다. 대표적인 요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부대찌개: 햄과 소시지를 넣어 만든 얼큰한 찌개
- 김치찌개: 스팸을 넣어 감칠맛을 더한 김치찌개
- 볶음밥: 잘게 썬 스팸을 넣어 만든 간편한 한 끼 식사
- 김밥: 햄 대신 스팸을 넣어 만든 풍미 깊은 김밥
- 스팸구이: 기름에 노릇하게 구워 밥반찬으로 즐기는 방식
미국에서 시작된 스팸은 이제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 반찬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인의 입맛과 조리법에 맞게 변화하며 진화해 온 스팸, 앞으로도 한국인의 밥상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