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에서 만나는 푸르른 봄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의미의 ‘춘사불래춘(春似不來春)’은 고대 중국의 4대 미녀 중 하나인 왕소군이 흉노로 시집가며 남긴 한탄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하지만 봄이 오면 떠오르는 이 문구는 사실 시인 동방규가 왕소군을 기리며 지은 것입니다.
봄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담양(潭陽)은 완벽한 여행지입니다. 고려 시대부터 불린 이 이름은 ‘물과 햇볕이 풍요로운 땅’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대나무숲, 붉게 물드는 메타세쿼이아 길, 물길을 따라 흐르는 관방제림 등 담양은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곳입니다.
대나무의 도시, 죽녹원
담양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는 바로 **죽녹원(竹綠苑)**입니다. 2005년에 개원한 국가지방공원이자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약 31만㎡의 대나무숲을 자랑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연평균 기온 12.5℃, 연 강수량 1300㎜의 담양은 대나무 생육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죽녹원에는 운수대통 길, 죽마고우 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등 8가지 테마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가장 긴 코스도 15~20분 내외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대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대나무 향기가 어우러져 심신을 맑게 해줍니다. 이곳에서 자생하는 죽로차(竹露茶)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물입니다.
암뽕순대, 전라도의 특별한 미식
죽녹원 탐방 후 찾아간 곳은 담양 전통시장에서 시작해 30년 이상 사랑받아온 암뽕순대 전문 식당입니다. ‘암뽕’은 전라도 사투리로 돼지나 소의 태반과 자궁을 의미하는데, 현재 담양의 암뽕순대는 돼지 막창에 속을 채워 만든 순대를 뜻합니다.
암뽕순대는 돼지막창의 잡내를 완벽히 제거하고, 대파, 양파, 숙주, 당면, 콩나물 등으로 속을 채워 고소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특히 담양식 암뽕순대국은 맑고 개운한 국물이 특징으로, 갈비탕처럼 깔끔하면서도 콩나물국밥 같은 시원한 맛을 냅니다.
담양의 전통 방식으로 대나무에 넣어 찌는 순대는 잡내가 제거되고 더욱 깊은 풍미를 자아냅니다. 예전에는 1m 길이의 대나무를 사용했지만, 현재는 실내 찜기에 맞춰 40~60cm 크기로 줄여 조리합니다. 대나무 기름이 배어든 암뽕순대는 일반 순대와는 확연히 다른 맛을 선사합니다.
담양에서 느끼는 봄의 정취
푸른 대숲과 깊은 역사, 그리고 특별한 미식이 어우러진 담양은 그야말로 ‘봄이 온전히 머무는 곳’입니다. 죽녹원의 푸르름과 암뽕순대의 진한 맛을 음미하며, 대자연 속에서 봄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제 봄을 맞아 활기차게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입니다!